사브작꼼지락

뜻밖의 포춘쿠키

fullspring 2025. 5. 2. 07:00
© pixabay

 
어제와 오늘, 오프라인 상담 앱의 출시를 앞두고 상담사로서 대응해야 할 테스트 일정이 많아졌습니다.
 
틈틈이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있어 준비하면서, 매주 작성하는 원고 2개도 마감시간에 임박해 겨우 제출하고서 잠시 한숨 돌리려는데 블로그 상단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알람 표시 4개-
 

 
 
벅차고 감사한 마음으로 댓글들에 답글을 드렸습니다.
 
제 블로그에 최근에 하나둘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활동은 오래됐지만 모두 일기장과 아카이브 기능으로만 활용해 왔습니다.
 
2024년부터 무던히 공개 블로그를 해보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2024년 말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추가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2025년 올해 초에 티스토리 추가 계정으로 블로그를 이사했습니다.
 
아직도 글을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완성도 있게 쓰려면 생각하고 정리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정보를 교차확인하는 습관 때문이기도 합니다.
 
출판 편집자 생활을 15년 넘게 하면서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글을 쓰는데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몸이 고쳐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고치다 고치다 내가 죽을 교정이여..)
 
다 제대로 된 글을 쓸 여력도 실력도 부족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공개 블로그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여차저차해나가고 있는 형편이니 더 나아진 점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SNS도 저자, 역자님들 이슈나 관심사 팔로잉 용도로만 이름을 걸어뒀기 때문에 그 내용들의 업데이트를 따라잡는 것만으로 벅차기도 했고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 <사브작꼼지락> 카테고리는 사주명리 공부를 더욱 다지는 용도로 만든 이 블로그에서 아무래도  제 에너지가 방전되어간다는 깜빡이 신호 상자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가끔씩 명리 이외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실 한 편에 가려진 잡동사니 보관하는 좁은 다용도실 같이 마음 편안하게 생각난 이야기를 가볍게 또는 가벼워지려고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면서 이 카테고리의 용도가 생긴 셈이네요. 주캐(본업/진지·단정 모드)를 내려놓고, 부캐(취미/명랑·발랄 모드)로 기어 변속한 급속충전방.
 
제가 조금은 완벽주의 성향이라서 의식적으로 긴장의 허리띠를 풀어주는 제 나름의 방편일 수도 있겠습니다. 
 

완벽주의자 = 게으름뱅이

 
완벽하게 되지 않을 바에야 아예 시작도 안 할래 버전, 아시지요? 증세가 깊어지면 뒤에 더 붙습니다.
 

완벽주의자 = 게으름뱅이 = 매우 민감한 사람(HSP)

 
불안감이 높은 상태를 말하는데요. (제가 최근에 HSP에 관해 책들을 찾아 읽어보는 중입니다.) 
 
저는 민감하진 않지만 둔감하다고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예민한 둔감자 또는 닳고 단 민감자?

말장난으로 불안감을 해소하는 닳고닳은닳고닳은닳고닳은민감자..랄까요. (달디달고달디달고달디단밤양갱.. 처럼.)
 
단어나 의미를 적확하게(precise) 뽑아내는 훈련을 오래 해온 분들의 공통점일 듯합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틀립니다.

대부분의 편집자들의 유서 깊은 변명 중 하나가 '오탈자 자연발생설'입니다. 그래서 저도 여전히 틀립니다.

완벽 따윈 없어, 라고 말해놓고 조금만 더 완벽하게 해 볼까? 라며 손바닥을 휙휙 뒤집는 말장난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물론 마음속으로 말이죠.
 
불안감을 낮추는 방법 중 제가 최근에 공감이 된 건 한 배우의 인터뷰였습니다.
 

목표를 제대로 세웠다면 최선을 다하자!

 

배우 진서연 님이 인스타그램에서 이렇게 말하는 쇼츠를 보고 말았습니다.
어떤 알고리즘에 의한 건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연기를 본 건 영화 <독전>에서 모델 포스 풍기는 마약사범 역할뿐입니다.
 
기억나는 대로 내용을 대략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본인은 철인 3종 경기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서
최선을, 정말 죽을 만큼 최선을 다 했고,
최선을 다 했더니
나중엔 경기의 순위나 승패 여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되더라.
최선을 다하면
그런 게 전혀 중요해지지 않는 순간이 오더라.

결국 불안감이란 것은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느끼는 거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한 거다.

그러니 (이왕 하기로 했다면) 
최선을 다하자!

 
 
'최선'이란 단어를 7번이나 썼네요. 나중에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불안과 최선의 역학관계를 알린 배우로 기억하겠습니다.
 
최선을 나름 하는 중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제가.. 말이, 아니 문장이, 생각이 꼬이는 것은 지금 졸린데도 이 글을 마무리하고 발행하기 위한 몸부림인 것 같습니다.
 
알람이 알려준 댓글들에 버선발로는 아니고 맨발인 채로 정중하게 탁자에 고쳐 앉고서 차례로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중 한 분이 인상적인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헤벌레한 상태로 그분의 블로그를 방문했습니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세상맛 아니겠습니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게 아니라 서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한국인이라면 좋아하는 정情. 러시아인들이 없어서 못 먹는다는 정情, 오리온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오리온.)
 
그분의 블로그에 늦은 시간에 방문하여 먼저 좋은 글을 하나만 읽은 후 댓글로 인사를 드리고 제 블로그로 귀가하려는 찰나,
 
(오늘은 순간- 찰나- 에 뭔가를 포착하는 걸 보니..
제정신이 아닌 지금.. 꽤 긴 시간을 짧게 느끼는 걸 수도 있는데 지각에 이상이 생기면 나타나는 증세가 아닐까요?)
 
그분 블로그의 대문에 있는  <포춘쿠키 메뉴상자>를 보았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행운의 글귀를 받았습니다! 제게는 아직 13개의 행운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이제 12개 남았나요.. )
 
순간 행복한 감정이 일어났습니다. 제 안에 내내 누워만 있던 녀석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안고 제 블로그로 복귀하여 이 글을 여태 쓰고 있습니다. (이제 이 글도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중인 나. 제정신이 아닌 나.)
 

막혔던 일이 시원하게 풀리는 하루! 긍정적인 마음으로 밀고 나가세요. 🚀

 
 
읽는 순간 행복이 번졌습니다.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불안감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만 느끼는 게 아니더군요. 기대치가 높아도 느끼고요. 자신감이 부족해도 느껴요.
 
불안감은 책임감에 비례하겠지요. 여럿이 함께하는 일이라면 개인은 덜 하겠지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다면 들인 비용과 직원들의 미래 때문에 압박이 더 심해지지요. 생존본능과도 직결되고요.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은 개인마다 너무 많잖아요. 단순하게 뭐든 최선만 다하면 사라지는 감정이 아닌 것은 분명한 듯해요.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Ali: Fear Eats The Soul)>의 내용은 나이와 국적을 넘어선 사랑 이야기인대, 제목의 쓰임이 많은 듯합니다. 불안감을 과도하게 느끼는 건 의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말의 불안감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요. 뭔가를 시도하면서 당연히 불안감이 생겨나요. 기대하는 게 있으니까요. 자연스럽지요.
 
저는 웬만하면 기대를 안 하는 편이지만 불안감 같은 불편한 감정은 아예 없는 척 외면하기보다 존재를 인정하는 편을 택합니다. 변수가 아닌 상수로요.
 
불안감과 어깨동무하고 존재감을 인정하는 거지요. 불안감은 기대감의 뒷모습이기도 하니까 다독이지요.
 
대신 아주 작게 만들어요. 그냥 한쪽에 있어줘, 하고 제 할 일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불안감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몸은 조금 힘들어도 정신은 집중이 되더군요.
 
이 블로그도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자신이 없는 건 저를 믿지 못해서지요. 꾸준히 못하고 포기할까 봐. 그런 제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꾸준히 못할 때도 있는 거잖아요. 다시 이어서 끊어진 글을 이어가면 되잖아요.
 
머리로는 다 알면서 안 하게 된단 말이지요. 인간은 모순 그 자체이고 인생은 자신의 모순을 풀어나가는 과정인 듯합니다.

어제와 오늘 일정으로 정신없던 이유는 하다 보면 다 지나가 있겠지, 뭐라도 되어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하느라(JUST do it-) 바삐 보내서인데요.
 
그러는 사이 불안감이 콩알만 해졌을까요. 존재감이 하찮아진 거지요.

그러다 뜻밖의 행운의 말에 더는 콩알이 어찌 되든 신경 쓰이지 않게 된 걸까요.
 
불안감을 없애긴 어렵지만 자신의 성향과 환경에 맞는 적절한 목표가 있을수록 그에 집중하는 농도가 진할수록 별거 아닌 게 됩니다.별거 아닌 걸로 만들어버리자고요.
 
포춘쿠키 속의 문장은 제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어요.
 
수고했어!
 
뜻밖의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니 순순하게 행복한 감정만 들었어요.
 
기대하지 않았던 환하고 포근하고 다정한 말에 마음의 조명, 온도, 습도가 좋아졌어요.
 
다정한 댓글을 달아주신 블로거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배가 산으로 간 걸 길게도 썼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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